올봄 새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신경이 쓰일 때다.
특히 최근 들어 ‘왕따’와 같은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내 자녀의 학교생활은 괜찮을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떨지’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녀가 앞으로 최소 12년 이상의 학교생활을 탈 없이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 의학적 관점에서 학부모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형윤 교수는 27일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토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정신건강 상태를 잘 살피고 편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며 “학기 초엔 특히 틱 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교거부증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 틱 장애… 무관심이 약이다?
사람은 누구나 긴장하거나 어색할 때 나오는 버릇이 있다. 발을 덜덜 떨거나 헛기침을 하고 손톱을 물어뜯는다. 머리를 긁거나 어깨를 으쓱대는 것도 흔한 버릇이다. 어떤 버릇은 금방 없어지지만 평생 가는 버릇도 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아이들의 ‘틱’이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시도 때도 없이 특정 동작 또는 소리를 반복하는 것을 틱 장애라고 한다. 틱 동작과 틱 음성, 두 종류가 있다.
틱 동작은 이마를 찌푸리거나, 눈을 깜박이거나, 어깨를 으쓱대거나, 코에 주름을 짓거나, 머리를 끄덕이거나, 목이나 손가락을 비틀거나, 팔과 손을 급히 흔들거나, 무릎이나 발을 흔드는 것과 같이 단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음성으로 나타나는 틱으로는 목구멍에서 ‘음, 음’ 소리를 내거나, 혀를 차거나, 코를 훌쩍이거나, 입술을 빨거나, 입맛을 다시거나 하는 것이다. 헛기침, 콧바람, 비명, 중얼거리는 소리 등도 있다. 때로는 욕이나 외설적인 말을 하고 남의 말을 따라하는 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해당된다.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일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틱은 스트레스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 교수는 “부모가 보기에는 걱정스러울 수 있지만 사실 틱은 그대로 두어도 무방할 정도로 1년 이내에 저절로 사라져 별 문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틱이 1년 이상 지속될 때는 정신과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틱이 동작과 음성으로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 정신질환인 ‘뚜렛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뚜렛장애는 동작 및 음성 틱 두 가지가 병적으로 몸에 붙은 경우를 말한다.
이런 아이들에게서는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을 못하는 ADHD가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고, 어떤 생각이나 행동에 집착하는 강박증과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2.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요주의
ADHD란 한마디로 ‘부산하고 산만한’ 것을 의미한다. 몸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고 꼼지락거리고 쉼 없이 뛰어다니며 정신을 사납게 만든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차례를 잘 기다리지 못하고, 원하는 것을 바로 들어주지 않으면 심하게 떼를 쓰기도 한다.
학습을 할 때도 주의집중을 못해서 공부하라고 하면 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10분이면 풀 수 있는 학습지를 1시간이 지나도록 완성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꼭 해야 할 일을 일러주어도 언제 그런 말을 들었느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그 일을 못하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많이 듣게 되고, 친구들과의 다툼도 잦게 되며, 결국 따돌림을 당하는 빌미로 작용하기도 한다.
장 교수는 “만약 초등학교 1, 2학년 내내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게 돼 자신감 상실 및 위축감을 느끼며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기 발견과 함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장 교수는 치료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성장하면서 문제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치료를 받게 되면 ADHD 아이들 중 약 70∼80%에서 뚜렷한 효과, 즉 행동이 차분해지고 주의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본다.
3. 등교거부증, 분리불안 두려움 때문
아이들이 무작정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거나 학교에 갈 시간만 되면 머리나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버티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이른바 ‘등교거부증’ ‘학교거부증’ ‘학교공포증’ 등으로 부르는 어린이 정신건강 질환의 하나다.
처음 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등교거부증은 분리불안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학교 자체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엄마로부터 장시간 떨어져 있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다.
영·유아기 때 애착관계가 적절하게 형성되지 않은 경우 이 같은 분리불안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부모가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가정, 가족끼리 서로 지나치게 의존적인 가정, 가정불화가 많거나 엄마가 어떤 이유로 해서 장기간 집을 떠나 있던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이렇듯 아이가 분리불안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을 겁낼 때는 아이 불안 정도를 점검하며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게 원칙이다.
일정한 기간은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함께 오도록 하고, 점차 부모가 학교에서 아이와 같이 머무는 시간을 줄여 나가는 게 좋다는 말이다.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해 학교 가기를 두려워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보복이 두렵거나 더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해 부모나 교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 교수는 “항상 아이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야 아이가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조기에 발견,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