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동경대전(東經大全) 엿보기

coron 2010. 5. 6. 19:32

 

 

 

 

 

             오늘은 '춘분'이다.

                 절기로는 '입춘'부터가 봄이고, 기상학적으로는 춘분부터가 봄이다.

                     춘분을 기점인 '0'도로 매 15도마다 한 절기가 갈아든다.

 

      동학의 東은, 해뜨는 동쪽과 밝음과 희망을 품은 글자요,

                         봄과 푸르름과 생명이란 의미를 머금고 있는 글자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동학의 참뜻을 더듬어 보고자 이 블로그의 대문을 엽니다...

  

 

          동학의 이해

동경대전(東經大全) 엿보기 

 

 



1. 인류 사상사에 길이 빛날 세계적인 명저

 


반만년을 넘게 이어온 우리 문화유산 중에

이스라엘의 성경(聖經), 인도의 불경(佛經), 중국의 도덕경(道德經)과 역경(易經)같은,

세계 문화사에 내 놓을만한 명저(名著)를 들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민족은 인류문명의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랜 문화유산을 가진 민족중의 하나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하였고 현존하는 문자 중에 가장 으뜸인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석굴암이나 팔만대장경 같은 예술품과 거북선 등은 인류문명의 선구자적 중요한 문화재라 하여 손색이 없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수많은 예술품과 저술들을 남겼으나

정신문화 측면의 저술들은 대부분이 타민족문화의 변형이나 응용이 대부분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학문이나 사상적 저술들은 주석 내지는 해설서에 가까운 것이 많아,

독창적인 면이 결여되었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이에 비하여 <동경대전>은

조선 사람이 조선 땅에서 조선인의 사상과 풍토 속에서,

조상의 얼과 풍속을 이어받아 그것을 토대로 빚어낸 우리민족의 둘도 없는 고전이다.

또한 조상의 슬기가 담긴 역사적 철학적 문화유산으로,

구시대의 유물인 약육강식과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인류역사 이래로 인간 위에서 군림해온 신(神)의 위치를 재정립함으로써

후손들에게 삶의 지표를 명쾌하게 밝혀놓았다는 점에서,

인류사상사에 길이 빛날 명저라 하여 손색이 없을 것이다.




2. <동경대전>의 저술 배경과 간행


<동경대전>은 수운최제우(水雲崔濟愚 1824.10.28~1864.03.10)에 의하여 쓰여 졌다.

수운선생의 재세(在世) 시(時)의 시대적 상황은 우리 역사상 매우 혼란하고 암울했던 사회였었다.

외척의 세도정치, 탐관오리들의 매관매직, 반상제도의 혼란, 삼정(三政)의 문란 등으로

조선왕조의 몰락은 촌각을 다툴 만큼 명약간화 했다. 

총칼을 앞세우고 물밀듯 밀려오는 서양문물과 세력이 인도 중국 등을 휩쓰는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풍전등화 같은 나라를 보전하고 도탄에 빠져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을 구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수운선생은 깊은 고뇌로부터 벗어 날 수가 없었다.


보국안민(輔國安民)과 광제창생(廣濟蒼生)이라는 대(大)명제(命題)를 짊어지고,

10여 년간의 주유천하(주유팔로)로 각계각층의 뜻있는 사람들을 찾으며 견문을 넓혔다.

그러나 나라를 보전하고 백성을 구할 방법은 찾을 수가 없었다. 

수운선생은 이 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하늘님에게서 그 해답을 얻으려 했다.


각고의 긴 수련 끝에 드디어 1860년 4월 5일(음력)에 수운선생은 하늘님으로부터

만고에 없던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전에도 후에도 없는 도(道)라 거의 1년간에 걸쳐 다시 생각하고 시험을 하다가

이것이 바로 후천시대(後天時代; 새로운 문화의 교체시대)를 여는 하늘님의 가르침임을 확신하고

포덕(布德)에 임했으나, 기존 세력들의 방해와 모함으로 뜻을 펴기가 어려웠음은 물론,

살던 고장마저 떠나야할 운명에 처하게 되어 끝내는 전라도 남원 땅의 은적암이라는 곳에 은거하기에 이르렀다.


 목말라하는 후학들을 직접 말로 가르칠 수 없게 되자 글을 써서 백성을 가르치고 포덕(布德)을 하게 되었다.

2~3년간에 걸쳐 수운선생이 써 남긴 글은 많다.

포덕문(布德文), 논학문(論學文), 수덕문(修德文), 불연기연(不然其然),

탄도유심급(歎道儒心急), 필법(筆法), 주문(呪文), 용담유사 외에도 많은 시문(詩文) 등이 있다.


이중 용담유사는 한글로 쓰셨고 나머지는 모두 한문으로 쓰여 졌다. 

극심한 유교사상의 피폐로 사회가 나날이 혼란해지자,

정신적 지주를 잃고 도탄에 허덕이던 백성들은 동학(東學)의 출현으로 새 희망을 얻기 시작하였으며

각처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나고 민심은 더욱 흉흉하게 되었다.

봉건왕조 당시의 특권지배계층들은 동학을 사술(邪術)이니, 사도난정율(邪道亂正律)이니, 혹

은 좌도난정율, 또는 좌도혹민지율등 등의 갖가지 구실과 죄목을 붙여 탄압하다가

급기야는 수운선생을 처형하기에 이르렀다.


도통을 전수받은 동학의 2세 교조 해월 최시형(海月 崔時亨; 1827. ~ 1898.06.02)은

지하포덕교화를 계속하다가 온 나라에 널리 동학을  확산시키고자

수운선생이 쓴 글 중에서 포덕문, 논학문, 수덕문, 불연기연 네 편을 엮어

1880년 최초로 간행하기에 이르렀으니 이 책이 곧 <동경대전>이다.

그러나 최초에 발간되었다는 이 책은 기록에만 있을 뿐 원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2

차로 간행한 계미 판(1883년), 1888년에 간행된 무자 판이 남아 있을 뿐이다.



3. <동경대전>의 요의(要義)


<동경대전>에 담긴 뜻은 우주의 섭리를 다 포용하면서도 지극히 간단명료하다(吾道博而約).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가장 핵심적인,

당시 성행하던 서학과의 차이점과 인간의 존엄성을 극대화한

시천주(侍天主)사상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수운선생은 천사문답(天師問答)이라는 득도과정에서 하늘님을 만나 (영적(靈的)인 종교적 체험)

도를 받고 이를 천도(天道)라 하였다.

그러나 당시 서양종교사상인 천주학(西學; 天主敎)의 하느님(天主)과,

자신이 일컫는 하늘님(天主)은 글자는 같으나 그 가르침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위하여

학문으로 말하면 동학(東學)이라 이름 하였다. 그리고 서학(천주교)과 다른 점을 설파했다.

즉 무속이나 미신에 가까운 여러 잡신들에게 제사지내고 복을 빌 것이 아니라,

이제 천주(하늘님)의 뜻을 믿고 따라가야 하는 때가 온 것은 서학과 같은 운수(움직임)이고 (運則一也),

사람의 영혼은 죽지 않고 다시 환생하여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므로 (无往不復)

모든 생명들이 서로 돕고 사랑해야하는 이치는 같되 (道則同也),

하늘님을 신앙하는 이치는 다르다 (理則非也) 고 설파하였다.


다시 말하면 산에 가면 산신(山神), 물에서는 수신(水神), 흙을 다룰 때는 토신(土神),

나무에는 목신(木神), 조왕신, 삼신할머니 등등 수많은 잡신들을 믿고 빌던 미신을 타파하고,

오직 하늘님 만을 믿고 따라야 하는 때가 되었다는 것은 동학과 서학이 한 운으로 같고(運則一也),

한 번 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는 이치(无往不復之理)에 따라

사람이 죽으면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되었다가 다시 성령으로 출세하게 되니

천주의 뜻에 따라 이웃과 사랑하며 싸우지 말고 우주생명을 조화롭게 진화발전 시켜야하는 도리는 같으나(道則同也),

그 섬김의 이치와 실천하는 방법은 서학과 다르다는 것이다(理則非也).


인류의 역사는 곧 종교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이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간은 인간의 결함과 나약함, 끝없이 밀려오는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하여

산, 바위, 나무 등등의 물건이나 혹은 각가지 신(神)을 만들어 그들에게 의지하여 보호와 위안을 받으려고

피나는 노력을 해 왔다.

급기야 신은 우주만물을 창조하고 그의 뜻대로 우주를 컨트롤하며

인간의 길흉화복마저도 신에 의해서 좌우된다고까지 믿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고 종이며 그의 뜻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하는 비참한 존재로 전락하게 되고 말았었다.


그러나 수운선생이 종교체험을 통해 만난 천주(하늘님)는 다르다.

수운선생이 만난 하늘님의 첫 말씀은 물구물공(勿懼勿恐)이었다.

즉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말라는 말이다.

하늘님은 아득한 저 어느 하늘위에서 인간의 죄를 낱낱이 기록해 두었다가,

천당과 지옥으로 보내어 상주고 벌만 주는 그런 절대 접근 불가능한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 말씀이 "나에게 공(功)이 없으므로 너를 세상에 보내어 사람들에게 이 도(道)를 펴게 하노니 의심하지 말라"고

하셨다.

전지전능한 하늘님도 온 세상을 다 행복하게 하지 못했으니 이 가르침으로 세상을 제도하라는 것이었다.

우주만물을 창조하고 진화하는 것은 하늘님의 뜻과 기운(至氣)으로 된 것이기는 하나, 

우주생명이 영위되어가는 것은 사람을 통하지 않고는 완전할 수가 없다는 말씀이었다.


다시 말하면 하늘님은 전지전능하나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결코 전지전능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늘님이 아무리 전지전능해도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한 일(一)자 한 자도 쓸 수 없으며,

인간의 입을 통하지 않고는 한마디의 말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신과 인간의 관계는 임금과 노예 같은 관계가 아니요

하늘님을 내 몸에 함께 모시고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인 것이다.

이를 동학에서는 시천주(侍天主)라고 한다.
 신은 인간으로, 인간은 신으로, 사람을 신과 동격화(同格化)한 것이 곧 동학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극대화한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이라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를 해월선생님은 인시천(人是天: 사람은 바로 하늘이다)이라 하시고,

3세 교조 의암 손병희선생님은 인내천(人乃天)이라고 도파하셨다.




4. 미래지향적 방향제시


세계적인 석학 도올 김용옥박사는

"인류철학사의 어떤 페이지에서도 나는 동학사상만큼 위대한 철학사상을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중략)... 아무튼

동학사상  만큼은 위대합니다. 우주의 시공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사상이요 철학이요 행동이요 실천입니다."라고 갈파했다.

봉건왕조제도 하에서 반상의 차별이 극심했던 당시의 사회적 통념에서 양반과 상민의 차별이 없고

평등해야한다는 동학사상을 위정자들이 좌도난정율이라 매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지가 발달하고 인류문명이 만개된 오늘,

우리의 사고와 생활이 지금에 이른 것은 하루아침에 이룩된 것들일까?

갑오동학혁명과 갑진개화개혁운동, 3・1독립운동과 민족신문화운동 등,

해방 전 근세 100년의 우리 역사를 이끌어온, 동학사상으로 무장된 동학도들의 핏물로

오늘의 우리가 있게 되었음을, 21세기를 준비하는 지성인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바로 알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신에게 의지하며 목청껏 신의 이름을 부르며

맹신적 사고방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생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선천시대(인류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미개한 시대)에는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고

남자가 여자를 거느리고 임금이 백성을 지배하고 신이 인간 위에 군림했었다.


그 때는 신의 권능이 대단하여 신이 아끼는 백성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쪼개는 기적을 연출하였으나,

후천시대에는 하나님이 그토록 아끼던 민족 600만 명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를 한구덩이에서 독살시켜도

구출은커녕 계시하나 내리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선천시대는 힘과 신이 이 세상을 지배하였으나

후천시대에는 도덕(道德)과 올바른 사상을 지닌 사람이 이 세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하늘님과 수운선생님의 가르침이 이 책에 명확하게 밝혀져 있다.


20세기의 특징은 인류가 동서로 양분하여 한쪽에서는 유물론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가,

또 한쪽에서는 유심론을 위주로 한 자본주의가 냉전을 계속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똑같이 평등하게 살고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가?

신과 인간이 하나로 같이 있을 때 전지전능할 수 있듯이

자유와 평등은 같이 있을 때 비로소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동경대전>에 담긴 큰 뜻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유와 평등이 함께 있어야하고, 남과 북이 손잡아야하며 동과서가 뜻을 합하고

너와 내가 따로 살아갈 수 없으며 신과 인간이 하나로 뜻을 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나라, 내 민족, 나만의 이익을 위하여만 일하는 (各自爲心), 배타적 이기적인 질병을 고치고

너와 내가 하나로, 네 사상 내 사상을 하나로, 네 나라 내 나라가 다 같이, 아니 온 우주를 한 터전으로 삼아서,

만물의영장인 사람이 천주의 뜻을 받들어,

강자와 약자가 공평하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존경하며 귀한 자와 천한 자가 조화로 화합하여,

다함께 모두를 위하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 지상천국을 만들자는데 그 본뜻이 있는 것이다.


동학은 어떤 신이나 교조를 믿고 의지하는 종교가 아니다.

내가 나의 주인인 내 마음을 잘 다스려 내가 곧 하느님이 되고 부처님이 되어,

하느님과 부처님이 바라고 원하는 세상을 이룩해 나가는 것을 인생의 지표로 삼는다.

하늘님을 믿되 하늘님의 권능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하늘님이 내 숨결 속에서 나와 더불어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믿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나라만이 아닌 현실에서부터,

신(神)만이 위주가 아닌 인간이 주체가 되어

나만이 아닌 온 우주생명이 하나로,

건강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지상천국을 건설하자는데 그 목표가 있는 것이다.


신에 의지하여 신의 지배를 받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하고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할 이 세상은,

오직 하늘님을 모신(侍天主) 인간만이 책임질 수 있고

인간의 생각과 행동여하에 따라 지옥과 천당이 펼쳐질 뿐이라는 것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각별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동서냉전이 화해되고 환경보전(共生共榮)을 위해서는 국경이 따로 없게 되었다.

다가올 미래에는 인류가 어떤 사상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를

<동경대전>은 명쾌하게 그 지표를 비춰주고 있는 것이다.


                       <134.08.10 裵 思 空> (1993.0810.6446.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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